# 간만에 일기를 써봅니다. 돌이켜보니 7,8월에 글을 하나도 못올렸네요. 생각보다 2달이 너무 빨리 지나가버렸는데, 신경쓸 일도 많아지고 벌린 일들이 가득 찬 탓이었던 것 같습니다.
# 한 회사의 초기 투자자로 발을 들였습니다. 경험많으신 선배님들과 또 열정적인 후배분들이 활발히 일을 진행중이신 가운데, 저는 현 소속문제로 임원역할은 하지 못하고 ‘의료 자문’역으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현장의 잔뼈굵은 대표님이 한분 참여하고 계시다보니, 이야기만 듣고있어도 배우는 것이 많은 듯 합니다. 어떻게든 여기에서는 코딩을 안하기로…뜻대로 될지는 두고봐야겠습니다만…
# 인공지능 데이터 구축과 관련된 국가 과제를 하나 따왔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주관기관에 붙어서 예산의 일부를 할당받았습니다. 생각보다 예산 편성이 만만치 않은데, 이것도 또한 큰 경험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올해말에는 신진 연구 지원사업에 지원해볼까 하는데 이번 경험이 요긴하게 쓰이겠거니 하고 있습니다.
# 작년 8월에 처음 아이디어가 생겨, 올해 1월에 특허를 낸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3D 프린터 관련된 것인데, 직무발명이라 권리는 하나도 못갖는 것 같은데…아무튼 이 연구가 본격적으로 7월부터 시작되어, 한참 순항중입니다. 짧은 short research 논문이 곧 투고 예정이고, 9월 말이면 어느정도 자료가 취합되어 간단한 논문 한편을 더 쓰게 될 것 같습니다.
# 코로나 탓인지, 그냥 실력이 부족해서인지 6개월간 논문 실적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현재 투고되어 revision 단계의 논문이 4편, first round인 논문이 2편, 곧 투고할 논문이 2편. 올해가 가기전에 다 결론이 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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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글은 제 개인적 견해로 특정 집단이나, 제 소속의 의견을 대변하지 않습니다.
# 의사 파업에 대해, 의사들 마다 생각이 다르고, 정치 이념이 다르고, 파업을 찬성하는 목적이 다 다를꺼라 하나의 기준으로 보면 안되는 문제입니다. 그래서 저 역시 제 생각을 가능하면 잘 표현하지 않습니다. 그저 ‘좋아요’만 누를 뿐…한 가지 모든 의사가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것, 그리고 저역시 강하게 주장하는 것은, 공공의료의 확충은 절대 의사 숫자 증가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다는 것입니다.
# 이즈음에 왜 하필 전공의가 저렇게 강하게 반발하느냐..라는 점이 사실 굉장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우리나라의 의료시스템을 떠받치는 중요한 층위가 바로 ‘전공의’ 들입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이들의 월급은 정말 일하는 양에 비하면 현 최저시급에 한참 못미칩니다. (제가 최근에 연구비 지급을 하다보니 뼈저리게 느낍니다)
# 아마 정부가 특정한 조건이 아닌 환자들은 대학병원에서 치료 받는 것을 제한한다면, 아마 모든 국민에 들고 일어날 것입니다. 그러한 대학병원으로의 환자 집중을 가능하게 하는 요소가 바로 ‘전공의’들인 것이죠. 다시말하자면, 정부는 사실 전공의들의 노동력을 이용해서 저렴한 비용으로 모든 환자들이 대학병원을 방문하고 치료를 쉽게 받을 수 있게 하는 일종의 생색내기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개업의사의 파업보다 전공의파업이 몇배는 더 위력을 갖게 됩니다.
# 제가 느끼기에는, 점점 사회가 사명감, 또는 희생 이라는 측면보다는 나의 만족, 자기 완성을 향해가는 듯 합니다. 제가 제 위의 선배들을 봤을 때, 그리고 제 후배 인턴들을 봤을 때 그 차이가 완연함을 느낍니다. 이제 전공의들은 이러한 사회의 흐름속에서 어떻게 변해가게 될까요. 저 때만 해도, 전공의가 끝나면 나도 전임의가 되고, 전임의가 끝나면 전문의가 되기 때문에, 전공의 때 하는 일종의 희생..(‘라떼’는 토요일 일요일에 내 환자들을 당직에게 맡기지 못하고 직접 보러 병원 나오는건 당연했다더라…)이 어쩌면 나중에 얻게될 열매를 위한 작은 희생같았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아마 달라지리라 생각합니다. 아마 미래를 기약하기가 쉽지 않은 만큼, 지금의 희생을 감수할 필요가 없겠죠. 대학병원 교수 자리는 적어졌고, 대학병원이 점점 위세를 늘려가 개원해서 할 수 있는 일들은 한계가 있는데, 의사 직군은 욕을 먹고 있는 가운데 의사 숫자는 늘어가고 있으니까요. 내가 지금 희생해봤자..?..이번 파업은 이러한 의료계 상황의 변화속에서 나온 작은 불꽃과도 같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그마는 땅 속에서 폭발할 때만 기다리고 있을 뿐.
# 제가 생각하기에, 이번 파업에서 젊은 의사들이 저렇게 반발하는 것은, ‘미래의 내 수입 감소’, 즉 ‘밥그릇’이 가장 큰 문제가 아닙니다. ‘왜 하필 이 시점에서’, ‘대체 윗선과 지방정부는 어떤 정치적 이해관계가 있었길래’, 그리고 실제 공공의료에는 큰 관련도 없는 ‘의대 설립, 의대생 증원’이라는 것을 갖고 나왔냐는 불합리함인 것입니다. ‘왜 하필 이 시점에서’, ‘대체 윗선과 지방정부는 어떤 정치적 이해관계가 있었길래’ 환자를 인질로 삼는 다는 욕을 먹도록 의사들을 괴롭히냐는 것이죠. 불공평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그 느낌이 지금 젊은 의사들에게는 더 큰 분노로 다가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아무쪼록 전공의들의 파업 때문에 치료를 제대로 못받는다거나, 문제가 되는 환자분들이 없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래서 대학병원의 교수들과 스탭들이 대신 당직까지 봐가면서 열심히 일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기에.
# 각 분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지긋지긋한 편가르기는 언제 끝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