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th World Congress of The International Academy of Oral Oncology [IAOO] (‘25.07.16-19) 참석 후기를 남겨봅니다.
전문의가 되어 막 나만의 임상 경험을 쌓기 시작할 때 터졌던 COVID-19 사태, 그리고 이직 후 1년만에 전공의 이탈을 경험하면서, 그간에 제대로 된 국제 학술대회를 참석해본 경험이 거의 없었습니다. 물론, 간간히 일본, 대만과의 학회도 있긴 했지만 뭔가 나만의 의지라기 보다는 학회 임원진으로 활동하면서 가야만 했던 그런 느낌이였을지 싶습니다. 올해에는 다행히 미리 계획하여 5월에는 유럽 소아이비인후과 학회 (ESPO) 도 참석했었는데, 이 내용도 천천히 정리해볼까 합니다.
곧 소멸된다는 아시아나 항공 마일리지를 열심히 털기 위해, 직항이 아니라 경유를 해서 영국까지 오느라 거의 18시간의 비행을 했고, 가는 길도 험난하지 않아서 (지금 이 글도 바르바샤 공항 라운지에서 쓰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경유 비행기는 가능하면 타지 않기로…
IAOO는 20년전에 시작되어 2년간격으로 유럽, 아시아, 북남미에서 번갈아가면서 열리는 국제학회입니다. 구강암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지만 이비인후과 의사 뿐 아니라 치과(구강외과) 의사들도 함께 담당하며 서로 선의의 경쟁을 하고 있는데, 외국에서도 비슷한 상황이었는지 두 그룹이 함께 연합하여 시작되었습니다.
마지막날 보고하기로는 55개국가에서 1,200명이 참석했다고 합니다. 저는 이번에 포스터 발표를 두개 했습니다.
축구와 비틀즈의 도시인 리버풀은 광역권까지 다 해야 200만 인구의 도시라고 하는데, 학회가 개최된 리버풀의 Albert Dock 에는 오후만 되면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비는 틈에 짧게 이루어진 런던 / 리버풀 여행은 다음에 정리해보기로 하고,


우리나라의 의료수준이 상당히 향상되어 외국학회에 나와도 수술적 기법, 치료 성적에 대해서는 어디에 뒤지지 않습니다만, 의학 연구라는 것이 나라마다 주어진 환경과 경제적 상황이 다 다르기에 처음 접해보는 내용들에 대해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더불어 그리 잘 하지 못하는 영어로 어떻게 몇몇 외국 의사들과 인사도 나누고 교류하면서, 이런 것들이 쌓이면 나중에는 더 아는 사람(?)도 많아지고 친목의 목적이 가미되는 학술활동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영어공부의 필요성은 왠지 귀국하면 또 일에 치여서 잊어버리고 달성이 어렵겠습니다만.
런던으로 들어와서 하루 남짓의 일정이 있어 호텔 옆에 있었던 Great Ormond Street Hospital for Children 이라는 곳을 스쳐지나가봤습니다. 여기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소아 전문 병원 중 하나인데, 대형병원 처럼 거대한 구조가 아니라 주변 건물들에 비해 튀지 않게 구성되어있어, 멀리서 보면 병원인지도 잘 모르게 생겼습니다.
ESPO 소아이비인후과 학회 때 이쪽 그룹에서 발표하는 내용들이 흥미로웠었는데, 연수를 유럽으로 온다면 짧게라도 방문해보고 싶은 병원 중 하나.
위에서 짧게 언급했지만, 우리나라가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외국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하나가 있다면 ‘System’ 일 것입니다. 의사 개개인의 역량은 뛰어난데, 정작 그렇게 치료를 하고 난 뒤에 환자를 서포트해주는 ‘팀’ 의 부재라고 할까요. 당장 성인, 소아, 암, 양성 종양 등 모든 두경부 분야의 진료를 다 하고 있는 저만해도 이것저것 해야하는게 많은데, 외국은 (특히나 미국은) 두경부외과 의사라고 해도, 분야가 더 나뉘어져 있습니다. 일례로 미국의 MD Anderson, MSKCC 만 해도 1,000병상이 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여기 Head & Neck Surgeon이라고 하는 사람만 20명은 됩니다. 그러니, 그 팀을 서포트하는 사람들은 오로지 이 질환에만 집중할 수 있는 것이겠지요. 물론 이러한 시스템을 위해 미국은 ‘비용’을 포기했고, 유럽은 ‘대기시간’을 포기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나라는 ‘집중’ 을 포기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다양한 주제에 대한 강의와 패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하고 있는 진료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어떻게 더 나은 치료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 어떤 연구를 해볼까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가질 수 있었던 기회였습니다.
2년 뒤에는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다는데, 궁금해서 찾아보니 2번 경유에 비행시간이 30시간이네요. 아마 못가겠지?..
일주일간 의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주신 와이프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며 귀국행 비행기에 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