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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기준일: 2024.03.03
들어가기에 앞서
과거에 포스팅했었던 제가 1저자로 참여했던 한국인 두경부암 발생률 변화 연구(https://junn.net/archives/9061)에서 확인했던 중요한 결과 하나는, 바로 구강암, 그것도 혀에 생기는 암인 설암(tongue caner)의 증가였습니다. 구강암은 2017년에 약 1,100건 정도 진단되었는데, 구강암의 주된 암종이 바로 설암입니다.
설암은 1999년도부터 그 발생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 증가폭은 특히 최근들어 더 가파른 양상인데, 20대, 30대 젊은 층에서의 증가가 두드러졌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러한 추세는 전세계적인 것으로 환경적인 요소가 크게 작용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진단 및 치료
설암의 치료는 크게는 구강암 치료의 범주 안에서 논의됩니다. 구강암은 그 진행정도가 초기이든 진행된 상태든, 수술적인 치료가 기본이 되는 암종으로, 진단 뒤 빠른 수술이 매우 중요합니다. 주로는 혀에 생기는 낫지 않는 궤양이나 혹, 출혈, 통증 등으로 진단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래의 사진들은 제가 수술해드린 환자분들의 외래 내원 당시의 사진들입니다. 최근에 수술한 60대 여성 환자분(우상단)은 계속되는 통증으로 병원을 전전하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촉진을 해보니, 작게 딱딱하게 만져지는 부분이 있었고, 이 부분에서 조직검사 후 T1 조기설암으로 진단되어 바로 수술을 받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수술은 원발부위인 혀의 일부를 제거하는 부분절제술, 진행된 병기에서는 혀를 모두 제거하는 전절제술이 진행되어야 합니다. 제거 범위가 혀의 절반 이상인 경우(기관에 따라서는 1/3 이상인 경우에서) 제거된 혀 만큼 어디에서든지 조직을 띄어서 붙이는 재건술을 함께 해야합니다. 이 부분은 추후 다시 한번 설명드릴 기회가 있을 것 같습니다.
수술적 치료 – 부분 혀 절제술
‘암’이라는 것이 경계가 명확하지 않게 자라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수술장에서 어느 정도 여유있게 제거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며, 수술의 성패를 좌우하게 됩니다.
역시 수술자의 경험과 능력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저는 은사이신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정우진 교수님께 배운 요오드/포타슘요오드 용액(루골) 염색을 이용해서 병변의 경계를 확인합니다. 이 경계는 ‘암’의 경계라기 보다는 이형성(dysplasia, 전암단계)의 영역을 보는 방식으로, 염색 후 관찰되는 경계를 모두 포함할 수 있다면 암세포를 놓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게 됩니다. 다만, 이 방식은 암의 경계보다 훨씬 넓게 보이게 되기 때문에, 오히려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하게 되는 단점이 있을수도 있어서 모든 수술자들이 사용하는 방식은 아닙니다.
위 환자분은 동일한 방식으로 영역을 잡아보았으나, 그 경계가 생각보다 모호하고 너무 넓어서, 암이 자라난 부위 보다 한참 넓은 범위에 이형성증이 있다고 볼 수 있었는데, 이 영역을 모두 제거하면 정상적인 혀가 남아나질 않게 됩니다. 이에 따라 튀어나온 암종 영역에 1.5cm의 충분한 안전역을 두고 제거를 시행하였습니다. 최종 검체(우측)는 검체가 떼어지고 나면 쪼그라드는 효과가 있어서 조금 작게 보여지게 됩니다. 이형성 영역 안에서 경계를 잡아서 그랬던 것인지 혀의 뒤쪽 아래(우측 사진의 5시방향)에 암세포가 일부 걸리는 결과가 나왔고, 한차례 더 추가 절제를 통해 완전히 절제를 이룰 수 있었던 경우였습니다.
위 환자분은 염색에서 경계가 뚜렷하게 잘 관찰되어 충분히 여유있게 제거하는데 무리가 없었던 경우로, 종양의 두께가 5mm 이상으로, 목의 예방적 임파선 절제술을 시행해야하는 조건에 해당되어 함께 수술을 했던 환자분입니다.
수술 이후의 치료 – 방사선, 또는 항암방사선
수술을 하게 되면 그 결과에 따라 수술 병기(pathologic stage)가 결정되며, 병의 재발과 관련된 지표가 어떻게 나오냐에 추가 치료 여부를 정하게됩니다.
보통 대부분의 3차 의료기관에서는 다학제 진료를 통해 혈액종양내과,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님들과 긴밀한 협의를 거쳐 결정되게 되기 때문에, 환자분들마다 조금은 다른 방식의 추가 치료를 권유드리게 됩니다.
맺음말
설암은 구강악안면과 또는 구강외과로 주로 이름이 붙어있는 치과 선생님들과 두경부외과라는 이름을 붙여서 진료하는 의과(이비인후과) 선생님들의 직역이 겹치는 영역입니다. 이러한 탓에 국립암센터에서 근무할 때는 구강외과라는 진료과가 있던 탓에 근무할 때 설암 수술은 손에 꼽을 정도였는데, 이직 후에는 이전보다는 많은 환자분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대가(大家)라고 불리는 선배 의사분들의 경험과 교훈을 여전히 계속 몸소 부딪혀나가는, 계속 배워가는 의사기에 개인의 감과 부족한 경험의 의지하지 않고, 원칙과 표준 치료 가이드라인에 맞춰 진료를 하고 있습니다.
혹시 진단을 받고 우연히 이 글을 보는 환자분 또는 가족분이라면, 어느 병원에 가시든, 어느 의사를 만나든 충분한 설명과 좋은 수술 결과가 함께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덧붙여
전공의 이탈 사태로 인해 당직을 서며, 오랜만에 블로그 글을 작성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현재의 의료 환경을 엉망으로 만든 채 나몰라라 하고 있던 선배 의사들에 대한 전공의들의 마음을 너무 잘 이해하기에 응원을 하는 한편이나, 그 반대쪽에서는 당장 며칠 뒤 예정된 혀 전절제술을 받아야 하는 진행성 설암 환자분의 수술을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 걱정이 한가득 입니다.
우연히 2020년 파업 때 써놓았던 글(https://junn.net/archives/8749)이 있어 보니, 그 때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네요.
중증 환자를 인질로 잡은 것은 처음부터 의사가 아니었던 것이고, 일을 벌인 장본인들이 저지른 어처구니없는 결정들을 하루 빨리 바로잡아주기를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