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비인후과 의사가 스쿠버다이빙 후에 중이염 걸린 이야기 (압착, 역압착, 압력평형)

‘내가 이렇게 오래가는 감기를 걸렸던 적이 언제였을까?’
A는 아침에 일어나 코를 훌쩍이며 생각했다. 목소리는 가라앉은 상태. 중이 제 머리를 못 깎는다고, 매일 수많은 감기 환자를 봐왔지만 정작 본인의 감기는 치료되지 않고 2주째 지속되고 있었다.

감기는 그렇다. 기본적으로 바이러스로 인해 발생하는 감기는 약을 안먹으면 일주일, 약을 먹으면 7일 동안 지속된다. 농담이 아니었다. 그래서 의사들끼리는 우스겟 소리로 ‘마지막에 찾아간 의사가 명의’ 라고 말한다.

그 날은 아내와 함께 스쿠버다이빙 자격증을 따러 제주도로 놀러가는 날이었다.감기 이까짓거.제주로를 향해가는 비행기는 이륙을 시작한다. 귀가 먹먹해져갔다. 늘상 높은 곳에 가면 느껴지던 현상, 그리고 간간히 찾아오는 비행 후의 중이염 환자들.

기압의 차이에 의해, 귀가 먹먹한 증상이 생기겠지. 그리고 침을 삼키면 뚤리겠지. 늘상 그러하듯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꿀꺽

‘어라?’ 귀가 뚤리지 않는다.

 

(Eustachian tube; 이관, 코 뒤쪽과 연결되어있다)

(출처 : https://www.drsethi.com.sg/eustachian-tube-dysfuction/)

A는 처음 겪는 당황스런 상황이었다. 스쿠버 다이빙에서 Equalizing(이퀄라이징), 즉 의학용어로는 Valsalva maneuver(발살바법)라고 하는 단계가 필수적으로 요하게 된다. 귀가 뚤리지 않는다는 것은, 다시 말해서 이관이 막혔다는 것은 이 부분에 문제를 초래할 수 있는 것이다. 강제로 발살바를 시행. 그러나 뚤리지 않는다.

괜찮아지겠지. 살짝 당황했으나, 옆에 있는 아내에게 티를 내지 않기 위해 자연스럽게. 그러다 어느 순간 다시 정상화가 되었다. 이제 걱정은 하강이다.

비행기가 착륙을 시도하면서, 고막 바깥쪽이 고막 안쪽보다 압력이 강해지게 된다. 현재 고막내부 – 중이라고 하는 공간은 이관 폐쇄로 인해 폐쇄공간이되고, 상대적으로 고막 바깥쪽보다 낮은 압력이 유지된다. 침을 삼켜도 뚤리지 않고, 발살바도 통하지 않는다. 통증도 약간 발생했다. 그냥 이렇게 귀가 울리고 답답한 채로 스쿠버 샵으로 향했다.

스쿠버 다이빙 동의서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존재했다.

 

감기! 당연히 체크하지 않는다. 감기 때문에 쓴 돈과 시간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이퀄라이징 문제는 수영장 교육에서 부터 발생하기 시작한다.

일반적인 대기에서 고막 안과 바깥은 압력이 같게 유지된다. 이관이 열렸다 닫혔다 하면서. 그 열렸다 닫혔다는 주로 턱을 움직일때, 침을 삼킬때 조절된다.

 

그러나 잠수를 깊게하게 되면, 고막 바깥쪽의 수압이 강해지면서 다 강한 힘이 고막을 안으로 누르게 되는데,

만약 이 때 이퀄라이징이 안되서 내부에서 압력이 더해지지 않는다면 통증이 가장 문제가 되며, 지속적은 음압 상태는 중이강 내부의 점막을 붓게 만들어 추후 중이염의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일단 통증이 꽤 심하게 발생한다.

따라서 이런 일을 피하기 위해 1미터, 2미터, 3미터…내려가면서 평형을 만들어주다가, 어느 높이에서 평형이 이뤄지지 않으면 살짝 올라가서 다시 시도해보는 식으로 점차 내려가게 된다. (사실 감기걸렸을 때 이렇게 다이빙을 하면 안되는 것이 맞다!)

 

감기에 걸렸을 때 귀가 먹먹하거나, 발살바가 안되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 정도 설명이 가능하다.

하나는 mucos(점액;콧물)이 그 길을 막을 때다.

두번째는 이관이 부어있을 때다.

(출처 : https://www.drsethi.com.sg/eustachian-tube-dysfuction/)

위에 좌측 이관(좌하)에 비해 우측 이관(우하) 주위게 더 부어있음을 볼 수 있다.

 

그렇게 감기가 걸린 상태로 열심히 발살바를 강하게, 억지로 귀를 뚫으면서 하던 의사 A는 어느 시점에 이르러 귀에 ‘찍’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퀄라이징 여부와 무관하게 귀가 울리는 느낌을 받게 되었고 물 밖으로 나와서야 귀에 뭔가 문제가 생겼구나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감기가 걸린 상태로 열심히 발살바를 강하게, 억지로 귀를 뚫으면서 하던 의사 A는 어느 시점에 이르러 귀에 ‘찍’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퀄라이징 여부와 무관하게 귀가 울리는 느낌을 받게 되었고 물 밖으로 나와서야 귀에 뭔가 문제가 생겼구나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마도 추정컨데, 바닷물이 코 슬금슬금 들어가면서 안그래도 성나있는 코 점막들이 많은 점액(콧물)을 분비해냈고, 이를 강제로 귀로 밀어버렸기 때문이라.

중이염이라고 확신할 수 있던 이유는, 좌측 귀를 아래로 기울이면 잘 뚤려들리고, 똑바로 서면 다시 막히는 현상이 발생했는데, 귀 안에 물이 차있지 않으면 설명하기 힘든 현상이기 때문이었다.

역압착이라는 것은 이렇게 생각하면 된다. 약을 써서 이관의 붓기를 빼면 약효가 발휘되면서 이관이 잠시 뚤리게 되는데, 이 때 위과 같은 현상으로 귀쪽으로 살짝 밀려올려진 비강 분비물이 약효가 떨어지면서 이관이 다시 부으면서 갖혀버리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쉽게 말해 감기걸리면 약먹고도 다이빙을 하지 말란 이야기다!)

참고로 콧물을 줄이기 위해 ‘항히스타민제’와 ‘수도에페드린’이라는 약을 주로 쓴다. 항히스타민은 콧물을 줄이기 위해, 수도에페드린은 붓기를 빼기 위해..약에 대해 포스팅 할 날이 언젠가 또 오겠지.

아무튼  그렇게 스쿠버 다이빙을 고생고생 마치고, 중이염은 2주정도 지나서 완전히 나았다고 한다.

A는 다시는 감기에 걸리면 스쿠버 다이빙을 하지 않으리라. 그러나 만약  예약을 해 놓은  것을 환불 받을 수 없다면 그땐…

아무튼 의사 A는 그 이후로 다이빙 후에 중이염 걸려 온 환자들을 좀 더 잘 이해하게 됐다나 뭐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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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comments
  1. 정말 직관적이고 도움되는 자료 감사합니다.
    그림도 간단하면서도 명료하게 정말 잘 그리셨네요 직접 그리신건가요??

    좋은 자료 감사합니다.

    1. 네 직접 그린 그림입니다. 요새는 그릴일이 있으면 Wacom 테블릿으로 작업하는데, 아직 블로그용으로 무엇인가 그려본적이 없네요ㅎ
      글이 도움이 되셨다면 다행입니다^^

  2. 아이고 엊그제 미국에서 다이빙 하다가 콧물이 줄줄 흐르기 시작하더니… 저도 중이염에 걸린것같아요….ㅜㅜ 친구가 보내줘서 이 글을 보니 제가 겪고있는 증상과 일치합니다…ㅜㅜ 속상하네유. 글을 보면서 이해가 쏙 되었어요… 잘 보고 갑니다!

  3. 다이빙, 특히 프리다이빙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국내 이비인후과가 있을까요? 대부분의 이비인후과는 다이빙의 이해도가 없어서… 방법을 찾아주시기보다는 관두기를 권하시더라구요. 혹 이와 관련해서 진료를 하시는지 안하신다면 최소한 의사분께서 취미를 프리다이빙 또는 스쿠바를 가지고 있으신 병원을 혹 아시는지요

    1. 안녕하세요. 저도 아쉽게도 제 주변에 프리다이빙 또는 스쿠버 다이빙을 하시는 분들은 다른 진료과이신 분들만 있네요. 아마 이비인후과 전문의가 관두기를 권유했다면, 이미 귀(고막)에 어떠한 문제가 있기 때문이 아닌지 싶습니다만, 제가 개원가에서 일하고 있지 않다보니 크게 도움을 드리지 못할 것 같습니다.

  4. 안녕하세요. 검색을 타고타고 오다가 이글을 보게되었는데요. 6월에 갑상선암으로 갑상선 절제 수술 예정입니다. 프리다이빙 자격증을 하나씩 취득하던 시점에 알게된 병이라 수술 날짜가 잡히면서 바로 프리다이빙을 다시 하려고 했는데 주위에서 갑상선암에 좋지 않을거 같다고 하더라구요. (정확한 이유는 대지 않는게 함정 ㅜㅜ) 수술 예정되어 있는 병원의 수술담당방은 전화가 쉽게 연결이 안되는 상황이고 하루빨리 물에는 들어가고싶은 마음에 부득이하게 여쭤보아요.. 갑상선암 수술 앞두고 프리다이빙은 하면 안되는걸까요. ㅜㅜ

    1. 제가 직접 대면하지 않는 분들에게 무언가를 권유하거나 하지 말라고 말씀드리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인 것 같습니다. 지금의 의학 지식이 과거에서 발전해오듯 당장 내일 바뀔 수 있는 것이니까요. 단지 ‘주위’라고 하신 분들이 의료인인지 궁금하네요. 제가 아는 수준에서 다이빙과 갑상선암이 연관되어있다고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만, ‘하면 된다, 안된다’의 부분에서는 담당의사와 상의해보시는 것 같습니다.

    1. 귀 먹먹함 / 중이염 발생은 압력 변화 때문이지, 압력 조절장치의 유무의 문제가 아니라서 경비행기 여부와는 상관이 없습니다. 아 물론 입력 조절장치가 이런 문제 발생을 최소화 시켜주기는 하겠네요. 다만, 압력 조절장치가 이상적으로 항상 동일한 압력을 유지해준다면, ‘비행 후 발생하는 중이염’이라는 진단은 원래 전혀 찾아볼 수 없어야 하는 것이 이론적으로 맞겠지요.

  5. 안녕하세요 찾기 힘든 어려운 정보인데
    도움이 많이 되는 글 감사합니다! 한가지 질문이 있는데요, 저는 항공성중이염을 예방하기 위해 미리 이비인후과에서 약을 처방받아서 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같은 원리로 스쿠버다이빙 전에도 예방차 항공성 중이염 예방약을 처방받아서 간다면 압력차로 인한 중이염 예방에 도움이 될까요?

    1. 답글이 늦었네요, 항상 ‘된다’,’안된다’는 이야기하기 조심스럽습니다. 참고 문헌으로 삼을만한 논문을 찾지 못하면 제가 말하는것이 틀릴수도 있으니까요. 원리상은 ‘도움이 될것 같다’ 라는 생각이 듭니다. ‘항공성 중이염'(이러한 용어가 정확한 의학용어는 아닌 것 같지만)에 대해 사용하는 약은 혈관수축제 성분일텐데, 깊은 수심으로 들어갈때 압력차로 생길수 있는 문제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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