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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기준일: 2024.03.15
들어가기에 앞서
갑상선 수술은 제가 전공의 교육을 받던 2010년도 초반이랑은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병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게되면서, 일정 부분에서는 병을 덜 무서워 하게 되었고, 과잉 검진이니 과잉 치료니 하는 논란들도 많았습니다. 무엇보다도 로봇, 내시경 등의 활용을 통해 수술 방법의 숫자가 어마어마하게 많아졌습니다. 그 방법들을 모두 사용하는 사람은 없고, 대게 의사들은 본인들만의 노하우를 활용하여 2~3가지 방법 중 하나 정도를 환자분들께 옵션으로 드리는 것 같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제가 활용하고 있는 수술방법인 최소 절개(minimal incision) 갑상선 수술 또는 최소 침습적(minimal invasive) 갑상선 수술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저는 이 수술 방법을 국립암센터에서 일하는 동안 아산병원 출신의 국립암센터 갑상선센터 유창환 선생님께 전수받았는데, 기원은 갑상선 수술 명의로 불리는 세브란스 출신의 외과 교수님 박정수 교수님의 강남세브란스 외과 팀에서 개발한 수술 방법으로 알고 있습니다. (국립암센터 재직하는 동안 정년 후 일산차병원으로 오시는 탓에 병원에서 환자분들의 이탈이 있을까봐 꽤 긴장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서울대병원 출신으로는 제가 전공의 때 서울대병원 교수로 재직하셨던 제 은사인 땡큐서울의원의 하정훈 선생님께서 많이 활용하고 계십니다.
수술 방법
간단히 설명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일반적인 갑상선 수술은 가운데에 여성은 4cm 정도, 남성은 4.5cm 정도의 절개를 넣고 수술이 진행되는데, 이 수술은 더 바깥쪽에 2.5cm 정도의 작은 절개를 넣고 진행합니다.
갑상선암은 예후가 워낙 좋은 암에 속하며, 이러한 최소 절개를 해도 수술에 무리가 없는 작은 갑상선암의 경우, 결국 수술 후 남는 것은 흉터뿐입니다. 이에 따라 흉터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쓰게되는 젊은 환자분들께 로봇 수술 이외에 드릴 수 있는 옵션으로 틈틈히 사용하고 있습니다.
원래 저는 이 수술 방식을 적극적을 쓰지는 않았는데, 와이프 친구분들이 모두 강남세브란스에서 수술받고 왔는데 흉터가 감쪽같이 눈에 띄지 않는 것을 보고 활용하기 시작했다고…
수술 결과
제가 좋은 결과만 보여드릴 수도 있겠지만, 있는대로 보여드리기 위해 수술 받았던 두 분의 사진을 가져와봤습니다. 좌측 환자분처럼 감쪽같이 티가 안날수도있지만 절개가 작아도 우측 환자분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물론, 붉은 흉터는 혈관레이져 치료를 통해 일부 호전시킬 수 있습니다). 수술 흉터 관련해서 질문하시는 분들께 매번 답해드리는 것이, 흉터의 결과는 제가 결정하는게 아니라 환자분들의 피부 성향을 따라가는 느낌이 많습니다. 특히 피부 탄력이 좋은 젊은분들 일수록, 남성분들 일수록 흉이 진하게 남는 느낌이 있습니다.
저는 나름대로 아래의 원칙으로 먼저 이 수술방법을 권해드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 젊은 20~30대 환자분
- 로봇 수술은 하고 싶지 않은데, 흉터는 또 너무 신경쓰이는 환자분
- 갑상선 암의 크기가 1cm 내외로 작은, 피막(갑상선막)을 뚫지 않은 경우
- 반절제술에만 적용
- 세브란스 팀의 논문에서는 전절제도 한다고 하는데, 저는 하나의 절개선으로 전절제는 무리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 작은 절개로 과도하게 당기는 일이 생기는 것 보다는 차라리 일반절개로 최대한 피부를 덜 당기면서 수술하는게 흉터가 작게 남기 때문입니다. 크기가 작은 종양에 한정시키는 것도 동일한 이유입니다.
이렇게 한정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수술 시야가 좁습니다 (a.k.a 수술하기가 조금 더 까다롭습니다). 시간도 20분 정도 살짝 더 소요됩니다.
갑상선염 등을 앓았던 탓에 혈관이 잘 발달되어 건드리기만 해도 피가 나는 경우에는 수술 필드가 착색되어 구조물별 식별이 어려워지면서 목소리를 담당하는 되돌이 후두 신경 보존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유착이라도 심한 경우, 갑상선 제거가 깨끗하지 않고 검체가 깔끔하게 떨어지지 않는 경우도 발생하는 경우도 본적이 있습니다.
즉, 흉터에 대한 니즈(needs)가 커서, 일반적인 절개에서는 거의 생기지 않는 문제들의 확률이 조금 높아지는 것을 감수 할 수 있는 분들에게 선별적으로 적용하고 있습니다. 제 수술들에서 일반절개와의 비율로 생각하면 9:1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부작용
이 수술 방법을 택한 모든 분들에서 성대 신경을 보존하는데는 무리가 없었으나, 제 환자 중 한분에서 수술 후 성대마비가 발생했고, 아쉽게도 6개월이 되도록 호전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성대 신경은 잘 보존되었기 때문에, 비록 움직임은 잃었지만 근육의 톤(tone)은 잘 유지되면서 성대 주입술과 같은 추가 치료 없이 정상적인 목소리를 유지하며 불편함은 없이 잘 지내고 계십니다. 그 외에는 어떠한 부작용도 경험한 적은 없습니다.
맺음말
서울대병원에서 로봇 수술은 안정적으로 배정받은 슬롯이 없어, 제대로 하고있지 못하나, 이 수술방법을 통해 로봇까지는 원하지 않는 젊은 갑상선암 환자분들에게 나름 괜찮은 옵션을 드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몇년후에 최신의 다빈치 SP 등의 로봇이 새로 들어온다고 하는데, 그 때는 또 다른 옵션을 함께 활용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덧붙여
항상 치료를 받는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신경을 쓰고 있지만 그것이 환자분의 질병 상태 때문이든, 혹은 저의 흐트러진 집중력 때문이었든, 간혹 생기는 합병증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에 가능하면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또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도 정작 수술 부위는 상태가 좋은데 주위 피부에 작은 화상이 발생해 저도 환자분도 함께 마음고생을 하는 경우도 있었고, 이런 일을 경험하며 더더욱 불필요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계속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최근의 전공의 이탈 사태로 잡혀있던 갑상선 수술이 대부분 연기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조기 갑상선암은 중증도에서는 두경부의 다른 암종에 비해 급하게 치료가 필요하지는 않은 경우다보니 의학적으로는 응급이 아닌 경우라 수술 후 안전을 위해 미루게되었지만 당사자인 환자분의 마음은 응급과 같으리라 생각합니다. 본의아니게 죄송스러운 마음이 큽니다. 하루빨리 마음편히 치료해드리고, 치료받는 시간들이 돌아오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