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회사에서 키우던 구피 3마리를 ‘제대로’ 키우고자 시작된 어항 세팅.
저 인스타가 8월 6일 쯤 올라왔던 것이니, 이제 약 2주가 지났다. 물고기를 키우는 사람들은 다 아는 이야기일테지만,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세상이니 만큼…
<Intro>
결과론적으로 말하면, 아내가 가져온 구피 3마리는 진작에 죽었다;;
인터넷에선 이를 ‘용궁행(용왕을 만나러 갔다)‘라고 일컫는다.
<서막>
초기 세팅시 구피 3마리(2마리는 죽었고, 새로 2마리를 들여왔으며), 네온테트라 7마리, 실버팁 3마리, 채리 새우 1마리, 이름모를 노란 새우 1마리로 시작했다. 이를 ‘합사’ 시킨다고 표현한다. ‘합사 방법’ 이 존재하는데, 이 때는 이런 지식이 없어서, 마트에서 사온 물고기들을 그냥 어항에 넣어버렸다. (이 합사 방법을 ‘물맞이’ 라고 한다)
이게 네온테트라다. 형광빛이 나는 것이 아주 예쁘다.
처음 4~5일은 다들 잘 살았고, 우리는 신나서 먹이를 손톱만큼 주면 애들이 신나게 먹고, 남은 먹이는 바닥에 떨어졌다.
그 떨어진 먹이는 나중에 새우가 처리를 하는 듯 했다. 그렇게 하루하루 흘러 한 5일 쯤 지났으려나,
<발단>
물고기가 이틀에 한마리 꼴로 죽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저 약한 물고기를 들여왔기 때문이겠거니, 혹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겠거니.
보아하니 실버팁 3마리가 조금 성질이 고약한듯 싶어서 다른 작은 어항으로 분리시켰었다.(이를 편하게 ‘실버팁어항’ 이라고 칭하겠다)
어느 날에는 남아있던 구피 한마리가 어항 밖에서 죽어있었고,
어느 날에는 물을 갈아주다가 갑자기 구피 한마리가 seizure를 일으키며 죽는 일도 발생했다.
그리고 점차 어항의 물이 녹색빛을 띄기 시작하면서 네온 한 두마리가 사망했으며,
물을 갈아주면 물고기들이 건강한 모양을 띄나, 점차 그 녹색빛으로 변하는 주기가 짧아지기 시작했다.
<절정>
전개는 없다. 바로 절정으로…죄다 갑자기 죽어버려서…
하이라이트는 혼자남은 파란색 구피였는데, 돌이켜보면 저 인스타 영상에도 꼬리의 일부가 약간 패여있는 모양을 띈다. 그 것이 점차 진행되면서 처음엔 꼬리가 갈라지고, 점차 흑빛으로 변하는 것이, 인터넷을 열심히 찾아보니 이게 ‘꼬리 녹음병’ 이라고 한다. 물이 더러우면 생긴다고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소금욕’ 을 시켰다. 0.5%의 소금물에 하루정도 담가두고, 그 다음날엔 1% 소금물로 만들어 주고, (어떤 사람은 2,3%까지도 간다) 그러나 나는 1%에서 멈춘뒤에 다시 어항에 넣어주었고, 물갈이(‘환수’)를 해주었다.
그랬더니 어찌되었든 목숨은 부지했다. 그러나 예쁘던 꼬리의 위쪽 절반이 사라지면서, 녀석의 등이 아래로 굽어버렸다.
<결말>
그렇게 절반에 가까운 물고기가 죽는 동안, 실버팁 어항의 3마리 실버팁은 전혀 문제없이 살았다. 게다가 이쪽 물은 더러워지지도 않았다.
그리고 이틀전에 의심되는 문제를 해결하고 나니, 어항이 안정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이미 큰 스트레스를 입은 물고기들이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조금 비실거리는 느낌이 들어 슬프다.
아무튼, 내가 응애라는 식물의 끝판왕과 혈투를 버리고서야 그 도를 깨달았듯이, 물고기 키우는 것도 이 또한 겪을 수 밖에 없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며 기록해두고자 한다.
#1. 물잡이 – 어항을 처음 세팅할 때 반드시 해야하는 과정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처음 어항을 들이는 사람들이 이러한 과정을 생각하지 못할 뿐 더러, 이런 것이 있는지 알지도 못한다. 이는 필시 물고기를 파는 분들이 기초적인 지식을 전달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실 이 과정을 일일히 어떻게 설명하는지. 요는 우리가 의학용어로 치면 homeostasis – 즉 어항에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한 순환고리를 만드는 과정으로, 자세한 방법은 네이버에 여럿 나와있다. 어항을 오염시키는(생성되는) 원인들 1. 물고기의 배설물, 2. 남는 먹이 찌꺼기, 3. 녹조, 이끼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화학적으로 분해하는 박테리아가 번식(세팅)되는 시간을 버는 과정이다.
이 과정이 무시될 경우, 나와 같이 – 또한 다른 사람들과 같이 중간에 모두 폐사하는 일이 발생하게 되는데 실버팁 어항의 경우 이 과정없이 2주간 전혀 문제가 없었기에, 내가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1) 처음 부터 물고기를 많이 합사시키지 말 것 (3마리가 2주 동안 물갈이 전혀 없이 건강하게 살고있다. 물론 여과기는 필수다.)
(2) 관리할 자신이 없으면 수초는 넣지 말 것 – 내 어항에는 이산화탄소 공급기(이산화탄소가 공급되야 수초가 잘 자란다)도 없었고, 죽은 수초를 제거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이 수초를 제거했더니 물이 전혀 녹색으로 변하지 않으면서 물고기의 사망행렬도 끝났다.
(3) 먹이는 조금씩 줄 것 – 보아하니 먹이를 한번에 왕창 주면, 가라앉는 먹이는 물고기들이 거들떠 보지 않는다. 이것이 다시 물을 오염시키는 원인이 되므로, 많은 인터넷 사이트에선 조금의 양을 주면서 물고기들이 그 먹이를 다 먹으면 그 다음에 조금 더 준다고 되어있다.
(4) 직사광선을 피할 것 – 직사광선은 결국 녹조와 이끼를 활성화 시킬 따름이라고 한다.
#2. 물맞댐 – 새로 구입한 물고기를 어항에 넣기 위해 사용하는 과정이다.
(1) 구입한 물고기가 있는 비닐봉지를 봉지채 어항에 넣는다. (온도를 맞추는 과정)
(2) 30분 뒤에 대야 같은 곳에 풀어 넣고, 10분간격으로 반컵정도씩 어항에 있는 물을 ‘조심스럽게‘ 부어준다. (pH 등을 맞추는 과정) ‘조심스럽게’가 핵심이다. 그냥 냅다 부어버리면 물고기가 쇼크사 한다.
(3) 그래서 물이 1.5 ~ 2배정도로 높아지면 그 때 합사시킨다.
#3. 그 외
(1) 스포이드가 요긴한 것 같다. 컵으로 물을 프고 부으면 스트레스가 꽤 가해지는 듯
(2) 새우가 이끼 제거에 탁월한듯 하나, 많은 후기에서 보면 먹이를 너무 줘버릇 하면 이끼를 안먹는 다고 한다.
식물도 그러했다. 사랑과 관심을 덜(=적당히) 줄수록 건강하다는 것을 다시한번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