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몇개월 후면 펠로우라고 부르는 단기 비정규직 신분이 될 예정입니다. 병원에서 모시게 될 한 교수님은 조직공학(인공 기관지)으로 명성을 얻어가고 있으신 가운데, 관련 연구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이 어떻겠는지 권유를 하셨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컴퓨터를 활용한 일을 해보고 싶지만, 일단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봐야하니 만큼 관련된 논문을 알려주시면 공부해보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때 이런 말씀을 주셨습니다.
“이 두 논문을 봐바, 의사로서는 이미 끝난 것이나 다름없는 것 같은데 이 분야의 발전에 대한 기여는 무시할 수 없을 테니까.”
무슨 이야기지? 다소 의아했습니다.
그리고 말씀주신 두 논문을 읽으면서, 그리고 관련된 내용을 확인하면서 의미있는 이야기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Tissue Engineered Airway
이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인공 기관지’에 대해 먼저 알아보겠습니다.
기관지는 성대로 부터 폐까지 이어져있는 관 입니다.
우리나라 말로 번역이 쉽지 않아서 그렇습니다만, ‘인공 기관지’라고 하기보단 tissue engineered airway (조직공학적으로 처리된 기도) 라고 해야할 것 같습니다. 인공이라고 하면 직접 만들어냈다는 의미만 포함되니까요. Dr. Macchiarini가 2008년도에 Lancet에 실린 논문은 사체공여기도(사망한 시신으로 부터 기증받은 기관지;cadevar donor airway)를 이용했었습니다. 사체로 부터 기증받은 기도를 이런저런 화학처리를 한 뒤에, 환자의 코 안에 있는 점막과 골수를 이용해서 상피세포와 연골세포를 추출하고 이를 기증받은 기도에 부착하여 증식시켜 만든 이식체(airway graft) 였습니다.
그리고 당시 30살이었던, 결핵으로 인해 기관지 협착(airway stenosis;좁아짐)이 왔던 환자에게 이식(transplant)를 시행하였습니다.
위의 그림과 같이 한쪽 주기관지에 협착이 왔고, 아래와 같이 해당 부분을 잘라내고 이식을 시행하였습니다.
이 일로 인해 마키아리니는 유명세를 타게 됩니다.
- 2008년도 BBC 뉴스 [링크]
여기서 잠깐…이미 간이식, 신장이식은 많이 들어봤을 것입니다만, 기관지 이식은 많이 못들어봤을 것입니다. 이식이라는 분야가 사실 장기마다 다른 고려점들이 있어 기관지 이식은 다른 기관(solid organ)에 비해 아직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분야입니다..특히 이놈의 ‘침(saliva)’이 아주 큰 골치거리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2011년에는 사체로 부터 제공받은 기관이 아닌, 합성된(synthetic) 구조물(matrix)를 이용한 이식물을 만들어 이식 수술을 시작하게 됩니다.
3D 프린터를 생각하면 됩니다. 물론 정확히 3D프린터라고 아닌 것 같습니다만, 논문에는 CT를 이용해 크기 등을 구한 다음 nanocomposite polymer (POSS-PCU; polyhedral oligomericsilsesqui- oxane [POSS] covalently bonded to poly-[carbonate-urea] urethane [PCU]) (대체 뭐라는거냐??!) 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이쯤부터 마키아리니는 스타 의사 반열에 오릅니다. (2010년에 이미 조직공학, 재생의학 쪽에서는 이미 선구자적인 위치에 있었습니다)
이후 약 5명 정도의 환자에게 같은 시술을 진행하게 됩니다.
우리나라 TV 프로그램 및 뉴스에도 나왔습니다.
이미 고인이 된 환아의 명복을 빕니다
스캔들의 시작
마키리아니의 성공에는 의학적 연구 성과 뿐만아니라, 여러 언어를 구사하며 잘생겼다(?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출처는 BBC 뉴스입니다)고 합니다. 또한 이 분야가 소위 cutting-edge 분야이기 때문에 편승효과(band-wagon effect)가 있었다고 합니다.
아무튼 너무 유명세를 떨친 탓이었을까요, 수술 한 환자들이 대부분 사망하는 결과를 맞이하게 될 무렵, 2015년 부터 내부자들의 고발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논문의 결과를 조작해서 발표했다는 것과 환자 수술 후 합병증에 대한 조치 등에 대해서입니다. 점점 비판이 고조되자 2016년에는 ‘Experimenten’이라는 제목으로 이 문제를 파해진 TV series가 방영되면서 해당 기관장이 사퇴하는 일들도 발생합니다.
그리고 조사 끝에 Stockholm County Council 에서 보고서를 발표하기에 이릅니다.
- 보고서 [링크]
- 한글 뉴스
간단히 보고서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제 번역이 완벽하지 않은 만큼, 관심있는 분들은 보고서를 직접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 이미 그와 함께 일했던 동료들로 부터 그의 decision(즉 어떤 환자에게 어떤 수술을 할지), 협업 능력에 대한 비판이 있었음에도 당시 몸담았던 KI (Karolinska Institute 및 University hospital)의 senior가 특별한 검증 과정없이 technical skill만 보고 고용함. 또한 흉부 수술을 전공했음에도 ENT 파트에 자리를 만들어줌
- 그가 수술했던 환자들 중 3명은 실제로 기관지 이식술을 받을 만큼 심각한 상태가 아니었음. 이 중 한명은 오히려 이식 후 증상이 악화되어 사망한 것으로 판단.
- 동의서(informed consent)를 받는 과정이 불분명함, 스웨덴에서 흔히 쓰이는 양식 조차 아니었음. 다른 의사들과의 논의(multidisciplinary conferences)의 부재, 부적절한 인공 기관지(synthetic material)를 사용.
- 그가 행한 일련의 과정들, 골수로 부터 세포를 채취하는 등의 과정들이 실제로 임상시험에 이를 정도로 충분한 근거가 마련된 상태가 아니었음
- 그 외에 이식에 이르게 되는 일련의 과정이 만약 윤리위원회의 심사를 거쳤다면 거절당했을 수준이였음.
등의 여러 여러 내용이 30페이지에 걸쳐 적혀있습니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동의서’ 부분입니다. 3명의 환자 중 첫번째 환자(2008년도 케이스)만 서명(signiture)된 동의서를 발견할 수 있었고, 동의서의 내용은 환자가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의 내용을 담고 있었고며, 이 동의서는 윤리위원회(IRB)의 검토도 거치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환자들은 수술에 대한 어떠한 내용도 개별 의료진과 토의(discuss)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수술 후에는 유명세 때문에 여러 병원을 돌아다니며 일을 하느라, 환자가 합병증이 생겨도 잘 신경쓰지 못했다고 합니다.
판결
2016년 6월, 그의 ‘involuntary manslaughter'(고의적이지 않은 살인)에 대한 재판이 시작되어 2017년 10월 그의 소송은 취하됩니다.
스웨덴에서 이루어진 수술 5건 중 4건의 ‘태만’에 대해서 그의 책임이 입증되지 않았으며, 아직 입증되지 않은 이식물 및 수술 방법에 대해서는 역시 환자가 대부분 사망하여 증거를 확인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위키 참조)
Epilogue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저 역시 전공의 근무 중에 어쩔수 없이 행할 수 밖에 없었던 비윤리적인 행위들. 그리고 병원을 그렇게 만든 시스템에 대한 안타까움들이 있습니다. 이에 대한 내용은 논쟁의 소지가 많기에, 그리고 이 글에 어울리지 않는 주제니 만큼 넘어가겠습니다.
스타 의사의 탄생과 몰락. 그리고 그 기저에 깔려있는 성과중심주의, 윤리의식의 부재.
마치 몇년전 우리나라의 한 사건이 떠오릅니다.
References
-
- https://en.wikipedia.org/wiki/Paolo_Macchiarini
- https://www.nytimes.com/2014/11/25/world/leading-surgeon-is-accused-of-misconduct-in-experimental-transplant-operations.html?_r=0
- http://ijme.in/articles/ethical-perspectives-and-ramifications-of-the-paolo-macchiarini-case/?galley=html
- https://www.euroscientist.com/macchiarini-scandal-overstepping-research-ethics-mark/
- http://www.bbc.com/news/magazine-37311038
- http://www.nytimes.com/2012/09/16/health/research/scientists-make-progress-in-tailor-made-organs.html
- http://www.nibp.kr/xe/news2/54841 (https://www.instiz.net/pt/1269050)
- http://mlbpark.donga.com/mp/b.php?p=1&b=bullpen&id=201712260012243511&select=&query=&user=&site=donga.com&reply=&source=&sig=hgjTSY-1hhjRKfX@hlj9Gg-Y4hl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