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 갑상선 수술 이야기 Emergency Thyroidectomy

작성기준일: 2026.01.25

 

들어가기에 앞서

갑상선 수술은 보통 ‘응급’ 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조금 있습니다.

일단 갑상선 미분화암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그것이 암이든 암이 아닌 혹이든, 그냥 갑상선 비대든지간에 자라는 속도가 느린 편이기 때문에, 응급한 상황이 되기 전에 대부분 목에 커다란 덩어리를 인지하게 되고 병원에 방문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병원에 오지 않는다면, 계속 커지게 될 것이고 그 증상의 끝은 호흡 곤란이 됩니다.

또 이 지점에서 대부분 협착음(stridor)라는 숨을 들이쉬거내 내쉴때 쌕쌕거리는 소리가 나면서 호흡이 이상해질 때 일단 병원을 방문하게 되는데, 역시 이 시점이 오기까지도 병원에 오지 않는다면, 이제 응급실로 오는 일만 남았습니다.

2024년에 응급실에서 맞이하였던 한건의 갑상선 수술과, 그 1년전 있었던 또 다른 거대한 갑상선 수술을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사례 #1

이 사례는 사실 ‘응급’ 수술까지는 아니었습니다.

40대 여성분으로, 23년도 중순 쯤 내원하여, 당시 숨쉬는 소리가 거친 문제가 있었지만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숨차는 증상이 심했는지까지는 정확히 알 도리는 없었습니다. CT에서 기관지가 우측으로 상당히 편위되었고, 종양은 척추에 까지 닿아있는 양상입니다. 이 정도 크기임에도 성대 마비는 없었던 탓에, 위험한 병은 아닐 것임을 일단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9cm x 8cm 좌측 갑상선 종양이 관찰됨

수술은 근전도 튜브를 이용하여 진행하였고, 환자분의 의사소통 및 협조가 쉽지 않을 수 있는 점 고려하여 기관절개술을 시행한 뒤 수술을 종료했습니다.

이 보다 큰 혹을 다시 만날꺼라고는 생각 못했지만

10cm 짜리 갑상선 혹을 안전하게 제거하였고, 최종 병리 결과는 갑상선 여포성 질환(thyroid follicular nodular disease)라는 양성 종양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환자분은 수술 후 성대마비 없이 잘 회복하여 외래에서 추적관찰 중에 있습니다.

그리고 이때까지만 해도, 요즘 (갑상선 검진이 어렵지 않아진) 시대에 이 보다 큰 혹은 아마 만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사례 #2

정부가 일으킨 의료대란으로 전공의들이 없던 2024년 가을이었습니다. 응급실의 연락을 받고 본 40대 남자 환자는, 그 헐떡거리는 숨소리에서 이미 심상치 않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목을 감싸는 듯한 거대한 갑상선과 환자분의 창백한 안색은 그날 밤을 넘기기가 쉽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17cm, 양측으로 커진 갑상선

저녁에 시작된 수술에서 당직 마취과 교수님은 마취 또한 심상치 않을 수 있음을 직감하여, 마취 때 근이완제를 사용하지 않고 삽관을 시행하기로 하였습니다.

환자의 구강과 후두부위에 마취약을 충분히 뿌리고 삽관을 시도하였는데, 성대는 관찰되지만 E-tube가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갑상선이 후두를 강하게 누르고 있어, 그 각도가 일반적이지 않고 아래로 꺾여있었기 때문에 잘 안들어가는 것으로 추정되었습니다.

두 세차례 시도하면서 성대는 붓고 피도 일부 나기 시작하면서 환자는 입술이 파래졌다 돌아오기를 여러 차례 반복. 더는 어려울 것 같다고 느낀 저와 마취과 선생님은 ECMO를 준비해보는 계획도 세웠고, 흉부외과를 연락해보려는 그 찰나에 다행히 삽관이 성공했습니다. 같이 박수쳤던 기억이 납니다.

 

이 거대한 갑상선은 잘 제거가 되었습니다.

CT에서 보이는 모양은 암처럼 보이지는 않았지만, 뭔가 모종의 병리가 있을 것으로 판단은 되었으나 야간 응급수술이었던 탓이 동결절편검사를 하지 못하고, 안전한 회복을 위해 기관절개술을 진행하고 수술을 마쳤습니다.

15cm 자로 다 잴수 없는 크기

다음날 정식 CT판독은 thyroid lymphoma (갑상선 악성 림프종)의 가능성을 제시하였으며, 병상에서 잘 회복을 진행하던 일주일 쯤 뒤, 진단은 악성 림프종(lymphoma)로 최종 확진되었습니다.

환자분은 항암 치료를 진행하고 비교적 잘 버텼지만 수술 후 3개월쯤 뒤, 뇌수막 전이가 관찰되어 얼마안되어 사망하셨습니다.

 

맺음말

의대생들 교육할 때 종종 나오는 질문이 있습니다. ‘외과 의사들의 갑상선 수술과 이비인후과 의사의 갑상선 수술이 어떻게 다른가요?’

제가 전하는 답은 이렇습니다.

굉장히 잘 하십니다. 당연한 것이 그 분들은 갑상선 수술만 계속 하시는 분들이고 우리보다 3~4배 더 많은 갑상선 수술을 하시니, 당연히 많이하는사람이 잘 합니다.

다만, 우리가 더 잘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호흡에 문제가 될 정도로 심하게 진행했다거나, 식도까지 침범해들어갔다거나 하는 경우와 같이, 우리(이비인후과-두경부외과는 어쩌면 더 심하게 퍼진 갑상선암을 치료하면서 점점 작고 조기의 갑상선암까지 수술하게 된 사람들일 것이다 라고.

이런 거대한 갑상선 수술은 맞이하고 싶지 않은 질환군이긴 합니다. 크기가 커서 신경 합병증이 생길 확률은 큰데, 정작 병은 악성보다는 양성인 경우가 많아 손이 많이 가는 것에 비해 병 자체의 중증도는 떨어지는 편이기 때문입니다.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수 있는 경우라고 할수 있겠습니다만, 호흡이 불안정한 상태가 되어버리면 그 때부터는 수술하기 좋다 나쁘다를 떠나 분초를 다투는 상황이 되어버리게 됩니다.

흔하지 않지만 경험했던, 그리고 또 경험하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은 응급 갑상선 수술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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