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 논문에 대한 고찰

특정인, 특정 정치에 대한 선호의 문제는 아니다. 윤리란 그저 옳고 그름의 문제 – 법적인 것도 아니고 그저 양심의 문제 – 이다. 사실관계를 모르면서 막말해서는 절대 안된다. 2주만에도 제 1저자 급의 공헌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제 1저자를 하기 위한 조건이라는 regulation 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건 윤리적인 문제다) 교신저자가 1저자가 누구다! 하면 그 사람이 1저자 인것이 맞(을 수도 있)다.

 

작년에 몸담았던 병원에서 전임의를 하는 동안 작성했던 6편의 논문 중에서 3편이 Accept 되었고, (개인적으로는 침샘 3총사라고 부른다. 가장 애착이 가는 녀석들이다) 1편은 major revision이 떴고, 1편은 방황중이며, 1편은 이제 막 영문 교정에 들어갔다. 저 6편을 쓰는데 걸렸던 시간은 (병원 옮기고 나서 지금까지도 붙잡고 있는 것들이 있으니) 약 한편당 2.5개월 정도 되겠다.

 

방황하는 1편은 딥러닝 논문이다. 때를 놓친 연구는 아무대서도 받아주지 않고 있다. 누구보다도 컴퓨터에 대한 이해가 높았다고 자부했지만, 역시 논문은 질적인 측면의 문제이다. 요즘 딥러닝이 통계기법처럼 되버린 이상, 딥러닝을 이용해 나오는 의학연구는 실제로 딥러닝 자체가 뛰어나서라기보단, Garbage in garbage out 인 딥러닝 연구에 있어서 그 질 높은 데이터 수집에 대한 찬사라고 생각한다.

 

데이터 수집은 연구의 핵심이며, 그 과정을 이뤄낸 사람이야 말로 제 1저자를 가져갈 자격을 지닌다. 어떠한 의학논문도, case report나 series가 아닌 이상, 1,2주의 기간은 데이터 정리만으로도 쉽지는 않다 (매일매일 출근해서 밤 늦게까지 했다고하면 가능했을지도 모르겠다)

 

수집된 데이터는 정제를 해야하고, 다듬고 다듬어서 결과를 만들어내며, 그걸 고찰하려면 최소 30편의 논문은 (물론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보는 논문은 반정도 될까 싶다) 살펴보고 discussion을 해나간다.

 

그리고 영문 교정을 받고, 다시 고쳐내며, 투고를 하고, 한번에 accept 되지 않는다면, 수개월간의 지리멸렬한 기다림과, 몇개월전에 투고해서 지금은 잘 기억도 안나는 데이터를 다시 끄집어 내서 revision하고, 좌절 혹은 환희를 겪으면서, 그렇게 괴상해져가지만 소중한 내 논문이 된다. 비록 Impact factor 가 1점짜리 논문이더라도. (1년에 딱 한번 다른 논문에서 인용된다는 뜻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저널은 30,40점 이상 된다) 다시말해서 1,2주만에 논문을 “쓰는 것” 과 1저자로서 수개월간의 기간동안 그 논문의 출간까지 이끌어나가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이다.

 

다시 얘기해서, 제 1저자로 논문 6편을 “쓰는데”에는 2.5개월씩 걸렸지만, 시작에서 부터 (안떠난 녀석들 빼고) 내 손을 완전히 떠날때까지 반년이 안걸린 논문은 단 한편도 없다.

 

뉴스를 접하고 처음 든 생각은, “저 데이터를 실제 준비한 누군가가 있다면, 그 사람은 엄청 속상했겠구나” 그런데 만약 교신저자가 혼자 이미 다 북치고 장구친 논문이라면 차라리 1저자와 교신저자 둘다에 본인 이름을 올렸어야 했던 것은 아닐까.

 

위에서도 말했지만, 2주만에 논문을 써서 1저자가 될 수 있다고 충분히 생각한다. 물론 교신저자가 ‘논문 작성’ 자체에 가장 많은 연구의 기여도를 배정했다면 말이다.

 

뉴스를 보니까 국내학회지라고 한다. 음……그럼 내가 쓴 이야기가 좀 많이 달라져야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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