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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기준일: 2020.05.03
들어가기에 앞서
의학 관련된 포스팅을 잘 하지 않았던 이유는 의학이라는 학문의 특성 때문이었습니다. 지금 아는 지식이 어느 시점에서는 잘못된 것으로 밝혀질 수도 있고, 그에 따라 써놓은 글이 잘못된 지식을 전달하는 결과가 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본업에 대한 포스팅이 너무 적은 듯 하여, 오랜만에 관련된 글을 적어봅니다.
다른 시니어 레벨의 의료진들보다 경험이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 당연하기에, 오히려 저한테 찾아오시는 환자분들께 해드릴 수 있는 것이라고는 최선을 다하는 것 밖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특히나, 진행된 상태의 병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이번 포스팅 주제는 진행 갑상선암(advanced thyroid cancer) 입니다.
갑상선 암이 5년 생존률이 거의 100%에 가깝고, 심지어는 100%보다 높게 나온 통계도 있었습니다. 100%보다 높다는 것은, 갑상선 암 이후에 열심히 검진을 받고 건강관리를 하다보니 오히려 일반인에 비해 더 건강했다는 의미가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진료현장에서 보면 갑상선 암이 계속 재발하여 여러차례의 수술을 받기도 하고, 건강에 큰 위협이 되는 경우도 보게 됩니다.
특히 최근에는 점점 수술의 범위를 작게 하려는 추세로, 3~4년 전만해도 갑상선을 모두 제거하고 갑상선 호르몬제를 복용하던 트렌드에서 반만 절제하는 방향으로 많이 옮겨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진단시에 이미 외측 경부림프철 전이(목의 측면부쪽으로 진행한 임파선 전이)가 있는 것으로 발견되면 전 절제 및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해야합니다.
Case 1
아래의 환자분은 우측에 1cm 정도되는 갑상선암으로 진단된 분으로, 다른 문제가 없다면 반절제로 수술이 마무리 될 수 있었던 경우입니다.
그러나 매우 작은 외측 경부 임파선 전이(아래 빨간선으로 표시된 작은 동그라미)가 관찰되었고, 초음파를 이용한 조직검사에서도 전이로 밝혀졌습니다.
이에 갑상선 전절제술(total thyroidectomy), 중심림프절 절제술(central neck dissection) 및 선택적 경부 림프절절제술(selective neck dissection)을 시행하였습니다.
사진과 같이 검체의 손상없이 수술이 잘 마무리되었습니다. 병리 검사결과는 양측 엽에 갑상선 암이 각각 한개씩 있었고, 임파선 전이는 중심림프절 및 외측림프절에서 모두 여러개 확인되었습니다. 양쪽 갑상선암은 각각 0.7cm, 0.1cm로 크기가 매우 작음에도 불구하고 임파선 전이가 진행된 상태였습니다.
Case 2
아래 환자분 역시 원발부위는 1cm 약간 안되는 크기의 갑상선 암으로 진된된 분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분은 위의 환자분 보다 더 많이 전이가 되어있는데요,
턱 밑에 약 2cm 정도 크기의 큰 임파선 전이에서 부터,
그보다 작은 여러개의 전이 임파선들이 관찰되고 있었습니다. 블로그에 모든 영상을 다 보여드릴 수 없지만, 우측 턱밑의 침샘 주변에도 좋아보지 않은 림프절이 있어, 침샘은 보존하면서 주변부를 일부 함께 제거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그러나 더 문제일 수 있던 것은, 갑상선 하부의 중심림프절 전이가 다수 관찰되었다는 것입니다.
중심림프절 전이는 목소리와 연관된 되돌이 후두 신경(recurrent laryngeal nerve)와 연관이 있어, 이 신경이 손상되면 자칫하면 목소리가 변하고, 음식을 먹을 때 사래가 들리는 증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신경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 환자분은 미국 Medtronic 사의 Nerve Integrity Monitor (NIM) 3.0 시스템을 이용한 신경감시를 수술시 시행하였습니다.
갑상선 및 전이 임파선 검체가 수술 시야 내에서 손상을 받지 않도록 잘 제거하였습니다.
원래는 경부 임파선은 모두 연결해서 제거를 합니다. 사진에서 처럼 끊어둔 것은 구획을 표시하기 위함입니다.
처음 사진이 좌측 되돌이 후두 신경(손가락으로 기관지를 당겨서 촬영), 두번째가 우측 되돌이 후두 신경입니다. 깨끗하게 중심림프절을 제거하고 신경 역시 잘 살려두었습니다. 부갑상선은 우측 하부의 중심림프절 제거를 위해 희생한 것 하나를 빼고 남은 세개는 모두 잘 살려두었습니다.
비교적 큰 범위의 수술이었으나, 목소리도 문제 없었고, 얼굴 입꼬리와 관련된 신경, 어깨를 움직이는 신경 모두 잘 확인하여 보존하여 수술을 마무리하였고, 합병증 없이 잘 퇴원하셨습니다.
최종 병리 검사 결과에서는 갑상선암은 총 5개가 관찰되었습니다. 가장 큰 1.1cm짜리를 제외하고는 모두 0.5cm 이하의 작은 병변들이었고, 약 40 정도개의 임파선이 제거되어 그 중 20개 정도에서 전이가 확인되었습니다.
맺음
위의 사례들은 1cm 정도로 그렇게 크지 않은 원발부위임에도 진행된 상태로 발견되는 사례들이었습니다.
일반적인 범위 이상의 수술이라고 자세히 설명을 듣고 나면, 당연히 걱정이 클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저한테 수술을 받겠다고 결심하신 분들이 있으시면, 제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최선을 다해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합병증이 생기지 않도록 열심히 수술하는 것 뿐인 듯 합니다.
다음번엔 되돌이 후두 신경과 관련된 합병증과 이에 대한 시술에 대한 글을 작성해볼까 합니다. 이 부분은 유튜브 영상으로도 한번 제작해보고 있는데, 함께 보여드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