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와서 운전을 시작한지 5일째.
기본적으로 수차례 텔아비브와 헤르즐리아를 왔다갔다 해봤으며, 갈리리 호수까지 한차례 여행을 다녀온 후기로 작성해본다.
일단 차는 매우 많은 곳이다. 800만 인구가 우리나라 강원도 정도의 크기에 머물러 사는데, 이 대부분은 텔아비브, 예루살렘 주변 – 즉, 속초, 강릉에 밀집해있다고 보면 된다.
일반적인 도로의 폭은 한국보다 조금 넓은 듯 하다. 물론 아닌 곳도 있지만, 대부분 자주 다니는 큰 도로에 대해서 만큼은.
수도라고 봐도 무방한 텔아비브는 (이곳 사람들은 예루살렘을 수도라고 한다. 다만 각국 대사관들은 아랍 국가들의 반발을 의식해 텔아비브 부근에 위치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교통난이다. 차선은 좁고 차는 많다.
농담을 가득 섞어(! 그러나 실제로 빈번하게 겪은 일이다) 이 곳의 운전 난이도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한다.
- 일단 다 엄청 급한 것 같다. 서울사람들 저리 가라. 일차선 도로에서 우회전 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저 위에 트럭은 그 새를 참지 못해 인도로 돌진한다.
- 깜박이를 넣고 차선 변경을 하는 것이 아니고, 깜박이는 차선을 넘어선 이후에 ‘나 이제 이 차선 들어왔다’ 라는 것을 뒷 차한테 알리기 위함이다.
- 만약 1차선(추월차선)에서 교통 법규에 따라 정속주행을 하고 있으면, 몇초 못가서 클락션과 하이빔 세례를 받는다. 우리나라에선 보통 하이빔만 쏘기 때문에 심장박동이 급등할 수 있다. 느긋하게 차선 변경으로 응수해야한다.
- 보통 차선 변경은 한번에 대각선으로 두개의 차선을 건너뛰는 경우가 많다. 이들의 넓은 시야에 감탄할 뿐이다.
- 차선이 넓다보니, 이들은 일단 들어가고 싶은 차선을 밟아 간을 본다.(참고로 이때 깜박이를 넣으면 초보다!) 내가 움찔하면 바로 당하는 것이고, 내가 속도를 내서 블로킹하면 그들이 움찔해서 되돌아간다.
- 간혹 어느 차선으로 갈지 결정을 못해서 양 차선 가운데로 한동안 달리는 차들을 볼 수 있다.
- 추월을 좌측 뿐 아니라 우측 차선도 마음것 이용한다. 그리고 바로 뒤에 붙은 차가 내 속도가 마음에 안들어 갑자기 우측으로 튀어나가는 일이 빈번하다. 항상 시야를 내 8방향 모두 열어놔야한다.
사실 위의 사례들은 그렇게 흔하지는 않으나, 3,4,5,6번 사례는 매우 흔하다. 그리고 어느새 나도 그것을 즐기기 시작했다.
더불어 보복 운전도 존재한다. 갑자기 내 바로 앞으로 와서 브레이크를 한가득 밟았다 지나간다던가, 한동안 내 옆을 쫓아오더니 한번 나에게 눈을 흘기고 간다던가.
서울 주말 도심이나 압구정, 청담을 열심히 운전해본 솜씨라면 큰 문제는 없다. 그들의 거친 운전에 약간 당황 스러울 뿐. 그러나 매번 정신 바짝 차리고 운전 하기란 쉽지 않은 듯 하다. 아마 타지여서 더 그런 느낌을 받는 것일 지도.
여행기에 올리고 있지만 목적이 여행이 아닌 것이기에, 정작 예루살렘은 아직 냄새도 못 맡아봤다.
과연 귀국전에 방문할 수 있을지.
— 17.09.20 —
몇가지 혼란스런 교통상황에서 느낀 이들의 훌륭한 점은
1) 원형 교차로에서 양보는 확실하다는 것
2) 꼬리물기는 절대 하지 않는 다는 것 (심지어 뒤에서 클락션을 울려대도)
3) 이 와중에 양보를 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는 것
아무래도 여러 인종이 모여있는 곳이라 그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