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알바 이야기] 080104 Lipomatosis

* 이 포스트에 보여지는 사진들은 이야기의 이해를 돕는 목적으로 아래에 언급하는 이야기와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전산동아리 지도교수님의 수술장면 녹화 알바 첫날.

아직 실습을 안돌았던 관계로 수술장에 대해선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8시까지 소아병원앞으로 오면 레지던트선생님이 나와주실 것이라고 들었었는데
40분쯤 기다렸는데 아무도 없길래 무턱대고 수술장으로 들어갔더니
앞에 계시던 간호사선생님께서 대뜸 ‘6번 수술장으로 가세요~’


수술복 입는 법도 안배웠는데..

아무튼 아무튼 쭈삣쭈삣거리면서 다른 선생님들이 옷입는거 따라하면서
주섬주섬 입었다. 그러다가 수술하는 선생님들이 입는 가운을
그것도 거꾸로 입고(앞으로 입어서 뒤에서 묶는 가운이 하나 있다)
아무튼 여러모로 안습

아무튼 결국 9시에 수술장에 들어갔더니 대뜸 선생님께서
“늦었네~~수술장으로 와야지 무슨 병원앞이야”
아흑 분명 8시에 병원 앞이라고 들었었는데…
이렇게 첫 환자는 바로 패스.

아무튼 실제로 하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이동이 빈번한 수술장 특성상 삼각대는 쓸 수 없었고
작은 디카를 한두시간 들고 있는 것도 아니고 꽤나 묵직한 캠코더를
몇시간씩 들고서 촬영해야하는 것이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2번째 환자는 정신없이 이것저것 시도하다 어떤 환자였는지 기억이 잘 안난다. ~~dactyly 라는 병명이 있었다. 안배워서 아직은 잘 모르겠으나 갈라져야할 부분이 더 갈라지거나 덜 갈라졌을 때 이 접미사가 붙는다. 수술 시야잡기도 힘들었고 무균상태의 수술기구에 몸이 닿지 않도록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시행착오를 겪었다. 처음이라 너무 힘들었는데 레지던트 선생님은 맛 없다는 병원식사가 어찌나 맛있던지 허겁지겁 2인분은 해치웠던 듯.

3번째 환자도 비슷한 병명이었는데 기억은 잘 안난다ㅠ
아무튼 두번쯤 삽질하고 나니까 요령이 좀 생겼는데 이미 어깨와 팔과 허리는 뻣뻣해져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대망의 마지막 환자. 이쯤되니까 요령도 생기고 여유도 좀 생겨서 수술내역을 슬쩍 보았다. 병명이 Lipomatosis. 아 이건 어디선가 배웠던 기억이 났다. 지방종이라고 지방세포가 암처럼 증식해버린 소아환자였다. 레지던트 선생님들의 대화중에서 이미 한번 수술을 받았는데 재발한 환자라고 듣게 되었는데, 외래를 늦게 온 탓에 너무 많이 증식했다고 말씀하셨다. 실제 환자의 엉덩이는 반대쪽(반대쪽도 정상보다 1.5배는 컸다) 크기의 2배쯤되보였다. 그리고 그 쪽 허벅지와 다리, 발까지 크게 부풀어 올라있었다. 지방종은 예후가 좋다고 배웠었다. 크기가 작으면 치료를 안해도 되며 외과적 절제시에 예후가 좋고, 재발시에 다시 절제하면 된다고 배웠는데 이 환자는 한번에 절제가 불가능할 정도로 큰 지방종을 갖고 있었다.

수술도 거대했다. 교수님 외에 전공의선생님 세분이 붙으셔서 시야는 거의 확보되지  않아, 멀리서 클로즈업하느라 제대로 흔들려버렸다.
어떻게 찍혔는지는 일요일은 되야 확인할 수 있을듯

갑자기 교수님께서 대뜸
“dystrophy가 뭐야?”라고 물으셨다.
완전히 당황해서 순간 머리가 하얗게 되었다.
“1년 전에 배운거라서요…OTL”

아마 3학년 실습 때 이런식으로 대답했다간 엄청 혼나지 않을까ㅠ

아무튼 수술은 장장 4시간에 걸쳐서 끝났다. 사실 다른 부위는 또 수술을 해서 제거해야 한다고 하는데 이번 수술에서 절제해낸 지방덩어리가 족히 2kg은 되어보였고 suture에만 한시간이 걸렸다. 평소엔 잘 볼 수 없는 큰 수술이었는지 보시는 선생님들마다 고개를 한번씩 흔들으셨다.

아침 9시에 시작한 촬영은 오후 5시가 되서야 마무리 되었다.

에피소드 하나.
세번째 수술이었던가 어쩌다 보니 나와 마취가 선생님한분, 성형외과 선생님한분, 간호사 선생님 한분이 남았었다.
다들 출신을 전혀 모르는 사이였나 본데, 수술장에 남아있던 4명이 모두 대전출신이라는 것을 알고 어떤 고등학교 나왔냐며 웃고 있었는데, 게다가 마취과선생님은 고등학교 선배셨다. 또 음악반 선배님들도 한 5명쯤 만났는데, 제대로 인사드린 분은 2분. 나머지 선배님들은 수술마스크 쓰고 있어서 내가 누군지 알지도 못하셨을 듯. 진짜 아는 사람 많이 만나게 되는 듯 하다.

p.s.1 – 이 알바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다. 일주일에 3일은 날라갈 듯ㅠ
p.s.2 – 소아환자는 정말 안타깝다. 한참 뛰어놀아야 할 나이에. 눈물 날정도로 불쌍하고 가슴아프다는 것. 촬영이 다 끝나고 나가면서 보았던 보호자 대기실에 있는 부모님들의 모습들이란…정말로 건강이 최고의 효도다.
p.s.3 – 팔이랑 허리가 정말 아프다.
p.s.4 – 역시 수술장면이 이론보다 백배는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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